세상의 편견을 뒤로하고 청송으로 향한 발걸음, 조카의 푸른 버섯 일기
가슴 한구석에 묻어두었던 제 시댁 조카 아이의 모습이 문득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남들과 조금 다른 특수한 성향을 가지고 있던 그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무언가 하나에 꽂히면 무서울 정도로 엄청난 암기력과 집중력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특히 수학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아직 중학생밖에 안 된 나이에 방 한구석 책상 앞에 앉아 고등학교 3학년 최고 난이도의 수학 문제집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백점을 놓치지 않았지요. 고3 수학 문제 어렵지 않니라고 물어보면 그저 무덤덤하게 아니요라고 대답하며 눈빛을 반짝이던 아이의 모습은, 숫자의 세계를 파고들던 천재 그 자체이자 드라마 속 주인공의 현실판을 보는 듯해 참 대단해 보였습니다. 그 눈부신 재능을 증명하듯 아이는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명문 대학교에 당당히 합격했지요.
그러나 대망의 대학교 졸업식 날, 자식을 잘 키워냈다는 마음에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던 아빠의 모습과 달리, 정작 조카는 신이 나서 웃는 것도 아니고 슬퍼서 우는 것도 아닌 그저 담담한 무표정으로 서 있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졸업장을 손에 쥔 그 순간부터, 앞으로 마주해야 할 세상의 가혹한 벽을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한구석이 짠해졌습니다.
실제로 졸업식을 마치고 사회라는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을 때 마주한 현실은 너무나 싸늘했는데요.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갈 때마다 연락을 주겠다며 돌려보내던 면접관들의 무심한 태도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곤 했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병원에서 정신없이 일하던 연차 낮은 간호사일 뿐이었습니다. 조카의 그 엄청난 실력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당하게 힘이 되어주거나 손을 내밀어 줄 처지가 되지 못했지요.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가슴이 미어질 뿐이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제5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지닌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고용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수한 정신적·신체적 성향을 가졌다는 이유로 채용 및 인사관리상 차별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우수한 인재가 노동 시장에서 소외당하는 현상은 우리 고용 행정이 가장 먼저 풀어내야 할 장벽이기도 합니다. 한편,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귀농인들의 안정적인 농촌 정착과 지속 가능한 자립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창업 지원 조치들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상이 규정한 획일적인 수치나 지표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대자연 속에서 정직한 노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개척 정신이야말로 우리 사회 제도와 법이 궁극적으로 보호하고 격려해야 할 진정한 자산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가슴을 울리는 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상의 편견 가득한 취업 문에 억지로 자신을 맞춰 넣는 대신, 조카가 아빠와 함께 '버섯 귀농'을 하겠다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미래를 전해온 것입니다. 청송이라는 곳에 정착하기 위해 직접 집을 사고 땅을 마련해서 새로운 인생을 일구어나가겠다는 참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세상이 짜놓은 좁은 틀에 갇히지 않고, 아빠 손을 잡고 대자연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겠다는 조카의 선택이 참 기특하고 대견해서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응원이 솟구쳤습니다.
차가운 세상의 선입견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단단하고 푸른 안전지대를 만들어낸 조카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습니다. 천재 조카의 발걸음처럼 제 자리를 굳건히 지켜냈던 순수한 자부심이 제게는 있습니다. 청송의 대자연 속에서 자신들만의 정직한 버섯 터전을 일구어낸 큰아주버님과 조카의 단단한 선택처럼, 당장 눈앞의 노력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조급해하거나 스스로를 의심하지 마십시오. 정직한 흙 위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정성을 쏟아부어 완성한 진짜 개척 정신은, 결국 차가운 장벽을 허물고 온전하게 통하는 법이니까요.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