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속 응급실 창문을 열며 사수했던 생명의 보루와 실무자들의 유기적 연대

문득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엄숙하게 오가던 대학병원 응급실이라는 최전선 현장이 선명하게 기억에 떠오릅니다. 당시 응급실은 그야말로 매 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이었습니다.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에 빈 병상이 없다는 연락이 오면, 어김없이 저희 쪽으로 환자들이 물밀듯 들이닥치곤 했습니다. 고열로 새파랗게 질려 119에 이송되어 오던 아기들과, 위독한 상태로 실려 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환자들의 모습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게 박혀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약물 복용으로 온 환자들의 치료를 급박하게 진행할 때면, 그 특유의 지독하고 역한 약물 냄새가 응급실 전체를 통째로 뒤덮곤 했습니다. 코를 찌르는 악취를 어떻게든 빼내기 위해, 한겨울 밤샘 근무 중임에도 응급실 창문들을 모조리 활짝 열어두어야 했습니다. 안 그래도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쳐서 온몸이 덜덜 떨리는데도, 환자의 미세한 생체 신호 하나라도 놓치게 될까 봐 온 신경을 팽팽하게 곤두세운 채 새벽을 버텨내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가슴 깊은 곳이 시려옵니다.

극한의 위기 속에서 오직 서로를 믿고 성벽을 지켜내듯, 저희 응급실 실무자들도 딱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사방에서 환자들이 밀려드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사와 간호사, 원무과와 실무진들 누구 하나 제 자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병동을 지키는 아군 전체가 빈틈없이 호흡을 맞추며 생명을 사수했던 시간이야말로 환자들을 안전하게 품어주던 진짜 견고한 방파제였습니다.


한쪽에서는 심정지 환자가 실려 와 가슴을 압박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의의 사고로 심한 외상을 입은 중증 환자들이 동시에 들이닥치던 응급실은 정말 쉴 틈 없이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누구 하나라도 제 위치에서 삐끗하면 환자의 안위가 위태로워지는 고비의 연속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병원의 높은 행정 책임자들은 서류 양식이나 복잡한 절차만 들먹이며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리곤 했지만, 당장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실무자들에게는 그런 탁상공론식 셈법을 따지고 들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밀려드는 위험과 예기치 못한 응급 상황 속에서, 방사선실 앞에는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환자들이 침대 위에 누운 채로 끝없이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인력 부족으로 방사선 담당자 혼자서 그 난리통을 다 감당해야 했던 열악한 최전선이었기에, 저희 간호진들도 팔짱을 끼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함께 넘겨야 한다는 절박함 하나로, 검사를 할 때 통증으로 움직임이 심한 환자들의 팔다리를 조심스레 같이 붙잡아가며 담당 기사님과 호흡을 맞춰 숨 가쁘게 땀을 흘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선배들은 깐깐한 원칙으로 현장의 질서를 잡았고,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인 저는 보이지도 않는 얇은 혈관마저 단 한 번에 찾아내 주사를 놓아야 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도 동료들의 든든한 등 뒤를 믿고 밤새 현장을 지켰습니다. 아무리 전산 시스템이 좋아지고 첨단 병원 시설이 발전한다 해도, 결국 그 위태로운 현장을 지내는 건 실무자 간의 끈끈한 의리와 정직한 땀방울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환자의 마지막 숨통을 이어주던 가장 확실한 보루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48조의2'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수용 능력이 안 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가가 지정한 응급환자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없으며, 행정적인 서식이나 복잡한 절차를 이유로 진료를 지연시켜서도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환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의료진과 방사선 실무 인력들이 오직 환자를 살리겠다는 마음으로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신속하게 처치하는 행위야말로, 국민의 소중한 생명권을 사수하기 위한 가장 정직한 법의 실천입니다. '보건의료기본법 제4조'가 강조하듯, 공공 보건 안전망의 본질은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지표가 아닙니다. 열악한 인력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책임을 다해 자리를 지켜내는 현장 실무자들의 숭고한 땀방울과 끈끈한 연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되는 가치입니다.


밀려드는 중환자들로 응급실 통로가 완전히 마비될 것 같았던 그 숨 막히던 새벽녘, 밀려오는 피로감을 정신력으로 찍어 누르며 끝까지 환자의 침대 곁을 사수했던 제 옛날의 기억들이 자꾸만 가슴을 두드립니다. 감염의 두려움과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켜내며 환자들의 숨결을 붙잡았던 그 치열했던 현장은, 매일매일이 눈물겨운 전선이나 다름없었으며 지금 생각해도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집니다.

감염의 두려움과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제 자리를 지켜내며 환자들의 숨결을 붙잡았던 그 치열했던 현장은, 매일매일이 눈물겨운 전선이나 다름없었으며 지금 생각해도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집니다.

매서운 임상 현장의 공기를 버텨내며, 제 자리를 묵묵히 지켜냈던 자부심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눈앞의 얄팍한 요령이나 편법에 흔들리지 않고, 제 손끝으로 정직하게 이 블로그 공간의 가치를 책임져 나가겠습니다.


거대한 방어벽이 무너져 내리는 극한의 위기 앞에서도 끝끝내 중심을 다시 잡아냈던 집념처럼, 당장 눈앞의 노력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로 조급해하거나 기죽지 마십시오. 정성을 다해 성벽을 지켜낸 진짜 마음은, 결국 장벽을 허물고 온전하게 통하는 법이니까요.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