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영상통화로 세상을 떠난 이와 다시 만나다, 탕웨이·수지 주연 영화 '원더랜드' 감상평

그리운 사람을 다시 만나는 원더랜드 서비스

2024년 6월 5일 개봉한 원더랜드는 세상을 떠났거나 의식을 잃어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해 영상통화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공상과학 드라마입니다. 김태용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탕웨이, 배수지, 박보검, 정유미와 최우식이 출연합니다. 공유는 원더랜드 안에서 재현된 사람들을 관리하는 성준으로 특별출연했습니다.

작품 속 원더랜드는 이용자가 제공한 기억과 생활 정보를 바탕으로 그리운 사람의 모습과 말투를 구현하는 가상세계입니다. 이용자는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상대와 일상을 나누고 그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것처럼 관계를 이어 갑니다. 영화는 이러한 기술이 위로가 될 수 있는지, 남겨진 사람이 현실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일을 늦추지는 않는지 여러 인물의 사연을 통해 살펴봅니다.


딸에게 자신의 죽음을 숨긴 바이리

탕웨이가 연기한 바이리는 어린 딸 지아와 어머니를 남겨 두고 세상을 떠나는 인물입니다. 그는 딸이 자신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합니다. 가상세계의 바이리는 먼 지역에서 유적을 조사하는 고고학자로 생활하며 지아에게 바쁜 일이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말합니다.

지아는 영상 속 엄마가 실제로 살아 있다고 믿지만, 바이리의 어머니는 돌아올 수 없는 딸과 손녀가 대화하는 모습을 복잡한 마음으로 지켜봅니다. 서비스를 계속하면 손녀의 외로움을 덜어 줄 수 있지만 사실을 언제까지 숨겨야 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영화는 딸과 어머니 사이에 놓인 바이리를 통해 같은 서비스도 이용자의 나이와 관계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영화 원더랜드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통해 그리운 사람과 영상통화하는 바이리와 정인

🎬 세상을 떠났거나 의식을 잃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한 가상세계에서 가족과 연인이 관계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가상의 태주와 현실로 돌아온 태주

항공사 승무원 정인은 사고로 오랫동안 의식을 잃은 연인 태주를 원더랜드에서 우주비행사로 재현합니다. 배수지가 연기한 정인은 건강하고 다정한 태주와 매일 통화하며 그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화면 속 태주는 정인의 기억과 바람에 가까운 모습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는 현실에서 사고가 일어나기 전처럼 편안하게 이어집니다.

그러나 실제 태주가 의식을 되찾아 정인의 곁으로 돌아오면서 두 사람은 새로운 문제를 마주합니다. 박보검이 연기한 현실의 태주는 긴 시간 동안 멈춰 있던 몸과 감정에 적응해야 하며 이전과 다른 행동을 보입니다. 정인 역시 자신이 익숙해진 가상의 태주와 눈앞의 태주 사이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영화는 완벽하게 재현된 모습과 함께 변화하는 현실의 사람 가운데 무엇이 관계의 진실에 가까운지 질문합니다.


가상세계와 현실을 연결하는 해리와 현수

정유미가 연기한 해리와 최우식이 맡은 현수는 원더랜드 서비스를 관리하는 조정자입니다. 두 사람은 의뢰인의 기억을 확인하고 재현된 인물이 가상세계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도록 돕습니다.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이용자와 상담하고 가상 인물의 행동을 조정해야 하므로 기술을 관리하는 능력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해리는 자신도 세상을 떠난 부모를 원더랜드에서 만나고 있어 이용자의 마음을 잘 이해합니다. 신입 조정자인 현수는 한 의뢰인의 정보를 확인하면서 개인적인 의문을 품게 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원도 기술과 감정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이용자의 기억을 어디까지 반영하고 예상하지 못한 행동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이들의 고민입니다.


사막과 우주로 나누어 표현한 가상세계

원더랜드는 인공지능 기술의 작동 원리를 길게 설명하기보다 각 인물이 바라는 삶을 시각적인 공간으로 표현합니다. 바이리의 세계는 넓은 사막과 유적 발굴 현장으로, 태주의 세계는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 공간으로 구성됩니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먼 곳에서 자신의 일을 계속하고 있다는 설정은 이용자가 이별을 당장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됩니다.

김태용 감독은 차가운 미래 도시보다 휴대전화와 영상통화처럼 이미 익숙한 생활 속에 새로운 서비스를 배치했습니다. 덕분에 원더랜드는 먼 미래의 기술이라기보다 가까운 일상에서 실제로 선택할 수도 있는 서비스처럼 다가옵니다. 영화는 인공지능 자체를 선하거나 위험한 존재로 단정하지 않습니다. 기억을 보존하는 기술보다 그 기술을 어떤 관계에서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바이리와 정인, 태주의 서로 다른 선택을 통해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