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과 주사 카트 너머로 버텨낸 치열한 시간의 기록
스트레스와 정서적인 중압감이 한계에 다다르면, 우리 몸과 마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곤 합니다. 특정 행동에 유독 집착하게 되거나, 반대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만큼 심한 무기력증에 빠지기도 하는데요. 지친 몸으로도 정신을 바짝 차려 처방전을 확인하고, 주사 카트를 밀며 병실마다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환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 속에서 땀 흘렸던 그 시절의 지독했던 피로감이 짊어진 삶의 무게처럼 무겁기만 했습니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참 얄궂게도 정해진 퇴근 시간이 된다고 해서 바로 병원 문을 나설 수가 없습니다. 제 업무를 겨우 다 끝내놓고서도, 다음 교대 간호사에게 환자 상태와 약 처방 같은 중요한 내용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인계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 인계 과정에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다 보면, 영혼까지 소모된 듯한 무력감과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곤 했습니다.
온 힘을 다 쥐어짜내고 퇴근하고 나면 정말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이 없었는데요. 엉망이 된 방을 정리하거나 씻는 것조차 거대한 숙제처럼 느껴져 침대에 쓰러지듯 눕곤 했습니다. 환자를 향한 책임감 때문에 차마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 막막함을 직접 겪어보았기에, 화면 속 지친 일상을 보며 자꾸만 마음이 쓰였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그냥 게을러서 그렇다고 쉽게 시선을 보낼지 몰라도, 팍팍한 현실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친 '치열한 생존의 흔적'으로 바라봐 주더라고요. 남들의 기준에 맞추어 억지로 고치려 들지 않고, 상처받은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서로의 발걸음을 맞춰가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 그 차가운 일터에서 외롭게 버텨내던 제 기억들까지 조용히 위로를 받는 것 같았습니다.
사실 병원이라는 거대한 조직 안에서 수단처럼 일하다 보면,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싶어 나도 모르게 그냥 손발만 바삐 움직이는 껍데기 같은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들을 통과하며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기도 했었는데요. 하지만 아무리 몸이 부서질 듯 지치고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오를지라도, 내가 닦아내는 이 침상 하나가 환자의 위생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사실만큼은 놓치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 내 일에 대한 부끄럽지 않은 자존심을 붙잡으려 버텼던 제 열정적이었던 젊은 날의 기억이 문득 겹쳐 보여, 마음 한편이 참 묵직해졌습니다.
가끔 온라인 생태계에서 얄팍한 상술이나 처세술을 내세운 글들이 쉽게 주목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 한편이 묵묵히 가라앉곤 했습니다. 그런 자극적인 정보보다는,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지친 마음을 가만히 들어주고 자기 상처를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게 슬쩍 곁을 내어주는 따뜻한 이야기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사방이 꽉 막힌 현실 속에서, 계산 없이 내 속마음을 털어놓고 기댈 수 있는 이웃이 단 한 사람이라도 곁에 있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대한민국 의료법 제47조와 의료기관 감염관리 지침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은 환자의 교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감염병 예방 규칙에 따라 침상과 주변 기재를 소독 약제로 철저하게 세척하고 관리해야 할 행정적 주의 의무를 지닙니다. 또한 병동 교대 근무 시 처방전 서식과 환자의 식별 번호를 명확하게 인계하는 실무 역시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엄격한 법적 책임 영역입니다.
사법 및 보건사회학적 분석이 강조하듯, 실무 인력을 소모품처럼 취급하는 조직의 지표 관리 이면에서, 땀 흘려 공간을 정돈하는 실무자들의 정직한 노동 권익을 선제적으로 사수하는 안전망 수립이야말로 우리 제도가 지켜야 할 진정한 본분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얼마 전 무단 주차 문제로 철면피 같은 이웃을 마주하고는 하루 종일 가슴이 답답했던 적이 있었는데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에 마음이 상해 방구석에서 속을 끓여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소한 갈등에 지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보다, 내 편이 되어줄 좋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내 마음을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이 모든 경험 또한 타인의 이기심에 흔들리지 않고, 제 손끝으로 정직한 글방을 가꾸어 나가겠다는 자존심을 단단하게 깨우는 이정표가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