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병동 에크모 신호 뒤에 가려진 감염병 위기의 행정적 사각지대
문득 제 기억 한 구석이 떠올랐습니다. 코로나 대유행 시절, 격리 병동 최전선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마주했던 서늘한 기억들입니다. 돌이켜보면 온 세계를 방역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던 그 시절, 방역의 최전선인 격리 병동에서 보낸 시간은 제 간호사 인생을 통틀어 가장 외롭고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바이러스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막기 위해 얼굴에 상처가 날 정도로 마스크와 고글을 꾹 눌러써야 했습니다. 온몸을 감싸는 방호복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무거웠습니다. 내부에서 거칠게 차오르는 열기와 땀방울이 시야를 가려도, 감염 위험 때문에 장갑조차 벗을 수 없어 매 순간 한계를 시험당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과거 병원에서 외롭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던 환자분들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 와중에 생명의 신호가 희미해져 가는 위급한 환자들이 매일 정신없이 밀려들었습니다. 조금의 실수도 응당 허용되지 않는 에크모(ECMO) 기계를 온종일 모니터링하며,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밤을 새우기 일쑤였습니다. 제가 마주했던 의료 최전선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가혹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팠던 건 고령의 어르신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기회조차 없이 쓸쓸하게 임종을 맞이하셨다는 사실입니다. 당시 병실과 침상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응급실 차가운 바닥에서 대기하다가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마지막 공간으로 향하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면 깊은 무력감과 미안함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곤 했습니다. 손도 써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슬픈 눈물이 차가운 복도에 울려 퍼질 때면, 저 역시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구조적 문제나 제도의 사각지대 속에서 안타깝게 희생당한 이웃들의 아픔을 지켜보며, 세상을 떠난 이들의 슬픈 마지막을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보건의료 현장을 단순히 숫자로만 바라보는 행정적 시선 너머, 누군가의 삶이 치열하게 머물렀던 흔적들을 온전하게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어쩌면 그 시절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못 받고 응급실 바닥에서 쓸쓸히 숨을 거두어야 했던 환자분들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였던 것도, 바로 이러한 정직한 시선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자극적인 글들이 쉽게 주목받는 모습을 보면서, 제 진심을 담은 이야기는 묻히는 것 같아 속상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상술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려 합니다. 제가 의료 최전선에서 온몸으로 버텨왔던 정직한 이야기들로 이 블로그를 차분하게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에 따르면, 정부와 행정 당국은 감염병 위기 상황 시 공공 보건 안전망을 수호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병상과 긴급 대기 시설을 의무적으로 확보하고 지정하는 등 필요한 예방 조치를 취해야 할 중대한 행정적 책무를 가집니다. 또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6조는 응급환자에 대한 정당한 의료권 보장과 응급의료 거부 금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건 행정학 및 법조계 분석이 지적하듯, 팬데믹 대유행 초기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고령층 취약 환자들이 응급실 바닥에서 쓸쓸히 임종을 맞이해야 했던 행정적 사각지대는 우리 예방 행정이 최우선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입니다. 아울러 가혹한 환경 속에서도 면허의 본분을 다해 에크모 기계를 모니터링하며 연대했던 무명 의료진들의 노동 가치야말로, 우리 제도가 마땅히 보호해야 할 정직한 본분입니다.
침상이 부족해 응급실 차가운 바닥에서 쓸쓸히 마지막 숨을 몰아쉬어야 했던 어르신들의 아픔과, 복도를 가득 채웠던 유가족들의 슬픈 마음을 결코 가볍게 묻어두지 않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을 새우며 꾹꾹 눌러 쓴 진짜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온기와 위로로 닿기를 바랄 뿐입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에크모 기계 신호를 지켜보며 고령 환자들의 외로운 마지막 길을 배웅했던 격리 병동의 혹독한 기억은 제 임상 시절에 남은 묵직한 이정표입니다. 타인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에 타협하지 않고 사각지대의 민낯을 정직하게 담아내며, 어떠한 가식도 배제한 채 오직 진심만을 흔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