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나이트 근무의 고독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휴식권의 가치

남들이 말하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텅 비어버린 것처럼 지독한 방전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번아웃이자, 어쩌면 잠시 멈춰 서서 삶을 돌아보라는 신호이기도 할 텐데요. 제 가슴속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간호사 시절의 서글픈 기억들이 줄줄이 터져 나왔습니다. 예전에 간호학을 전공하고 대학병원 병동에서 정신없이 근무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특히 밤을 온전히 지새우는 나이트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날이면 몸은 부서질 것 같은데 잠은 오지 않아 침대 위에서 몇 시간씩 뒤척이곤 했습니다. 밤낮이 완전히 바뀐 채 멍한 머리로 천장을 바라보던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고 아려옵니다.


아침 대낮에 남들 다 일할 때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와 불 꺼진 방에 멍하니 누워있던 제 간호사 시절이 걷잡을 수 없이 겹쳐왔습니다. 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피로가 가득 차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데도 정작 정신은 너무나 또렷하게 깨어 있어 단 한 순간도 잠들지 못하는 고통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퇴근하고 돌아와도 시계 초침 소리만 들으며 밤낮없이 뒤척이다가, 결국 제 발로 병원을 찾아 안정을 위한 처방 약물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약 기운을 빌려 겨우 눈을 감으면서도 내가 왜 이렇게까지 망가졌을까 서글픈 눈물이 흐르곤 했습니다. 그렇게 불 꺼진 방에서 처방을 손에 꼭 쥐고 홀로 버텨내던 외로운 시간들을 통과하며, 대학병원의 과도한 업무와 숨 막히던 압박 속에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견디다 못해 깊은 슬럼프에 빠져들기도 했습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차가웠습니다. 처방 약물을 복용한 바로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성분이 너무 강했는지 제 의지대로 눈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약 기운에 완전히 갇혀 버린 저는 그다음 날까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가 출근을 하려고 간신히 깨어났는데, 지나치게 수면에 깊게 취해 있던 저를 대신하여 가족이 제가 근무하던 병동 접수대로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내가 지금 약 기운 때문에 도저히 출근할 수 있는 몸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하루 일정을 조정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약에 취해서 출근조차 못 했다는 사정을 전했음에도 현실의 직장은 전혀 배려가 없었습니다. 다음 날 근무를 위해 무거운 눈을 이끌고 복귀하자마자, 수간호사는 기다렸다는 듯 저를 간호사실로 따로 불렀습니다. 그리고는 다른 간호사들이 다 듣는 앞에서 아파서 전화 한 통으로 일정을 비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냉정하고 날카로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간호사는 다른 직종과 달라서 아프다고 결석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질타 속에 아파서 쓰러졌던 직원에 대한 안부나 몸은 좀 괜찮냐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단 한 조각도 없었습니다.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던 그 차가운 시선과 말들은,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멍으로 남아있습니다. 현장에서 같이 땀 흘려 고군분투하는 직원의 고통을 그저 상황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존재 정도로 여기는 모진 말 앞에 저는 단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나름대로 연차가 쌓이며 병동을 위해 온몸을 바쳐 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싸늘한 처우 앞에 억울함과 서글픔이 밀려왔습니다.


대한민국 근로기준법 제59조의 근로시간 특례 조항은 보건업 등 공공의 복리를 위한 직종의 연속 근무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치지 않도록 근로일간 최소 11시간 이상의 연속 휴식이 법적으로 담보되어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또한 정신건강복지법 제4조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할 책무를 집니다. 보건의료 행정 분석이 지적하듯, 3교대 나이트 근무를 서는 실무 간호사들의 수면 장애와 부작용을 단순한 개인의 책임감 부족으로 치부하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조직의 사각지대는 우리 보건 복지 행정이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실무자들의 안녕과 일상을 보호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심리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필수적입니다.


수면제 처방전을 손에 꼭 쥔 채 불 꺼진 대낮의 방구석에서 시계 초침 소리를 들으며 뒤척여야 했던 제 나이트 근무 퇴근길의 고독은 제 임상 시절에 남은 서글프고도 정직한 흉터입니다. 나는 분명 최선을 다했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 단지 그 약 한 알에 하루를 결석했다는 이유로 조직의 날 선 소리를 들어야만 했던 기억이 아프기만 합니다.

하지만 동료들 앞에서 책임감이 없다며 비수 같은 질타를 쏟아내던 서류 장벽식 태도에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28년 5개월의 자리를 지켜냈던 제 자존심은 가식 없는 제 진짜 정체성입니다. 서로의 상처를 따뜻하게 보듬는 사회적 연대를 소망하며, 저 역시 이 공간에 제 정직한 사색의 기록만을 흔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