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병실로 밀려난 장기 병상의 기록, 의료 동의서 장벽 너머의 진실
돈과 배경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률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소박한 안식처를 내어주는 정의로운 이야기를 접할 때면, 가만히 덮어두었던 정형외과 병동 시절의 서글픈 한 장면이 문득 머릿속에 잔잔하게 스쳐 지나가곤 합니다.
제가 대학병원 정형외과 병동에서 근무를 하던 시절, 이제 막 인생의 찬란한 문을 열어젖힌 20대의 꽃다운 나이였던 어느 환자분이 계셨습니다. 본래 머리에 발생한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수술실로 들어갔던 분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심각한 의료 관련 사고로 인해 온 신경과 신체가 마비되어 의식을 잃은 장기 병상 상태가 되어 저희 병동으로 이송되어 온 일이 있었습니다. 마당히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집중적인 치료와 정밀한 케어를 받아야 했음에도, 병실이 부족하다는 병원 측의 행정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정형외과 일반 병실로 밀려 들어온 환자의 처지는 참으로 눈물겹고 애처로웠습니다.
그 시절 병실의 공기는 참으로 싸늘하고 참담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뒤늦게 과실을 인지하고 치료비나 지원을 다 해주겠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의식이 완전히 얼어붙은 환자에게 정형외과적인 처치를 반복한들 무너진 생명 신호가 무슨 수로 다시 살아나겠습니까. 스스로 음식물조차 삼키지 못해 코로 연결된 관에 의지해 간신히 연명해야 했고, 온몸에는 의료용 줄이란 줄은 다 달아둔 채 침상에 누워있는 그 가혹한 현실 앞에 보호자들의 평범했던 일상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매일 병상을 지키며 눈물 흘리던 가족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아야 했던 저 역시, 밀려드는 무력감으로 마음 한구석이 늘 무겁고 씁쓸했었습니다.
실제로 관리하고 방어할 완벽한 시스템을 쥔 대형 병원을 상대로, 평범한 서민층이 무슨 수로 소송을 이겨낼 수 있겠습니까. 현실 세계 속에서 약자의 편에 서서 사법적 대처를 정당하게 내려줄 확실한 조력자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의료 과실의 입증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만큼 무거운 장벽이 앞에 가로막혀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르면, 의료사고란 보건의료인의 진단ㆍ검사ㆍ치료ㆍ의약품의 처방 및 조제 등의 의료행위로 인하여 환자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를 뜻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의 의료소송에서는 의학적인 전문 지식과 수술 차트 등 모든 핵심 정보가 병원 측에 편중되어 있어, 피해자인 일반 환자가 의사의 과실을 완벽히 입증해야 하는 높은 사법적 장벽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법조계와 행정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지적하듯, 수술 전 작성했던 동의서의 면책 조항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부실한 행태를 철저히 차단하고, 약자인 환자의 입증 책임을 덜어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적 안전망과 제도적 보완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이 생명을 다루는 위대한 임무처럼 인정받지만, 최악의 사고 순간마다 자신들의 실수를 보호하기 위해 사전에 받아둔 수술 동의서 뒤로 숨어버리는 일부 무책임한 행태들을 목격할 때면 참 마음이 서글고 허탈할 뿐이었습니다. 현실의 장벽이 그만큼 높고 차갑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정의로운 구원이 이루어지기를 늘 갈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대한 조직의 방어벽 앞에서도 사지가 묶인 채 정형외과 침상에 누워있던 그 꽃다운 20대 청춘의 아픔을 저는 결코 잊지 못합니다. 책임 회피와 계산으로 가득한 사전 동의서 장벽 뒤에 숨어버리던 대형 조직의 실체 앞에, 묵묵히 차트를 확인하며 무조건적인 동조를 하지 않았던 기억은 제 임상 시절의 굳건한 가치입니다. 앞으로도 눈앞의 이익이나 요령 대신, 제가 현장에서 직접 마주했던 정직하고 투명한 기록만을 흔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