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작업 추락 사고의 비극, 응급실 침묵 속에 멈춘 가장의 숨결
인생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평온하던 일상을 한순간에 잃어버리는 일은, 우리에게 인간의 유한함에 대한 깊은 사색을 안겨주곤 합니다. 가만히 덮어두었던 옛 응급실 시절의 엄숙한 한 장면이 제 기억의 표면 위로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당시 로테이션 인사이동으로 인해 응급실로 새로 발령이 나 첫 근무를 수행하던 날이었습니다. 119 구급차에 실려 급박하게 이송되어 왔던 한 중증 외상 환자의 기억은, 제 간호사 인생을 통틀어 가장 커다란 마음의 울림이자 뼈아픈 슬픔이었습니다.
고인이 되신 환자분은 높은 빌딩 위 위태로운 허공에 매달려 오직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묵묵히 페인트칠을 하던 중, 지상 아래로 안타깝게 떨어져 실려 온 서민 환자분이셨습니다. 가계를 책임지기 위해 높은 곳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 일하다가 손도 써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해야 했던 가장의 서글픈 모습을 마주했을 때, 응급실의 공기는 참으로 깊고 고요한 슬픔으로 침묵하고 있었습니다.
응급실 침대에 실려 왔을 때 환자는 이미 심장이 멈춘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레지던트 선생님이 가슴을 압박하며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CPR)을 집행했으나 끝내 소용이 없어, 결국 차가운 사망 선고를 내려야만 했습니다. 참으로 가슴 아프고 먹먹했던 것은, 통곡을 하거나 애타게 오열하며 우는 보호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남겨진 가족들 모두가 너무나 거대한 충격 탓에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는지, 그저 묵묵하게 차가운 침묵만을 지키고 계셨습니다. 너무 놀라서 눈물조차 흘리지 못하는 그 비통한 현장에서, 바쁘게 손을 움직이면서도 참 많은 감정과 생각이 제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조무사 동료 선생님과 함께 고인의 신체를 모시고 지하 안치실로 향하는 순간에도, 보호자분들은 아무런 감정의 표출 없이 안치실 문앞까지 그저 묵묵히 따라올 뿐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저는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때로는 참 처절하고도 서글픈 일이라는 깊은 감상에 휩싸였습니다. 오직 가족을 위해 몸을 갈아 넣어야 하고, 다시 버텨내기 위해 일터로 나가 땀을 흘려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야속했기 때문입니다. 너무나 무덤덤했던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 지독한 삶의 고단함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이 고인에게는 차라리 묵직한 평온일지도 모르겠다는 서글픈 사색마저 들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르면,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고소작업을 수행할 때 사업주는 혹시 모를 추락 위험을 막기 위해 안전대 부착 설비와 추락방지망 같은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집니다. 만약 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매우 엄중한 사법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한편, 응급실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다한 후 집행하는 의사의 정식 사망 선고는 의료법과 의료 행정 절차에 따라 고인의 생물학적 정지를 공인하는 가장 엄숙한 법적 절차입니다. 자본의 수치 이면에서 밧줄 하나에 생계를 의탁한 채 소외당하는 근로자들의 안전권을 사전에 철저히 보장하는 안전망 수립이야말로, 우리 법과 사회 제도가 수호해야 할 가장 정직한 본분입니다.
우리 세상의 여러 제도 역시 숫자의 계산법만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쳇바퀴 같은 삶의 무게에 치여 영혼이 완전히 얼어붙어 버린 서민들의 진짜 눈물과 노동의 애환을 깊이 보듬어야 마땅합니다. 자본의 논리 뒤에 가려져, 밧줄 하나에 생를 의탁한 채 허공을 위태롭게 떠돌아야 했던 그 고단한 이웃들의 숨은 한숨에 이제는 사회가 진짜 따뜻한 눈길을 건네야 할 때입니다.
허공 위 위태로운 가느다란 줄 하나에 생계를 의탁하다 차가운 응급실 베드 위에서 숨을 거두었던 그 가장의 마지막 길은 제 임상 경력에 가장 묵직한 숙제를 남겼습니다. 거창한 수치나 요령 대신, 쳇바퀴 같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소리 내어 울지조차 못하던 유가족들의 무덤덤한 침묵을 저는 이 블로그 공간에 정직하게 기록해 둘 것입니다. 타인의 고단한 처지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비평의 가치처럼, 저 역시 제 손끝으로 빚어낸 이 기록들로 떳떳하고 단단하게 제 자리를 지켜내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