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 이중 잠금 카트 뒤에 흐르는 마약류관리법 제15조의 책무

당시 병동과 응급실에서는 환자들에게 처방된 의료용 특수 약품을 관리하는 일만큼 무섭고 예민한 게 없었는데요. 앰플 하나, 알약 한 알이라도 수량이 맞지 않거나 분실되면 병원 전체가 발칵 뒤집히는 대형 사고가 되곤 했기 때문입니다. 약제 카트 앞에서 수량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며 손을 가늘게 떨었던 제 5년 차 시절의 숨 막히던 공기가 떠올라 자꾸만 마른침을 삼키게 되었습니다.


약을 받으러 갈 때면 약사 선생님들이 늘 신신당부를 하셨거든요. 보건소에서 언제 엄격한 감사가 나올지 모르니, 이 특수 약품 알약만큼은 개수가 정확히 맞는지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세어가며 이중 잠금장치에 철저하게 보관해야 한다고 말이죠. 만약 그 많은 알약 중에 단 한 알이라도 모자라게 되면, 혹시 환자에게 잘못 투약된 건 아닌지, 아니면 누군가 고의로 빼돌린 건 아닌지 온 병동을 이 잡듯 뒤지며 전수 조사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 무서운 책임을 알기에, 병실과 간호사 스테이션에서도 관련 처방이 나오면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습니다. 환자 이름과 등록번호를 몇 번씩 확인하고 잠금장치를 확인하며, 제 자리를 지키기 위해 매 순간 얼음판을 걷듯 긴장해야만 했습니다. 긴장감 속에서 카트를 잠그고 지친 몸으로 병원 문을 나서던 그 막막했던 새벽 하늘이 다시금 생각납니다. 차가운 서류상의 규정보다 더 무서운 것은 위기에 처한 이웃을 향한 무관심이었고, 팍팍한 현실을 버티게 하는 힘은 소중한 일상과 사람들을 지키겠다는 평범한 이들의 단단한 책임감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와 관련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의 의료용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 같은 특수 약품은 잠금장치가 설치된 견고한 장소나 안전한 저장시설에 의무적으로 다른 의약품과 구별하여 저장해야 합니다. 병원 조직의 실적이나 행정 편의주의 뒤에 숨어 약제 관리의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관행은 공공 보건 안전망을 해치는 행위이며, 정석대로 재고를 대조하여 약물 범죄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는 실무자들의 정직한 노동이야말로 우리 시스템이 수호해야 할 진정한 보루입니다.


디지털 공간을 메우는 자극적인 시선들과 빠른 지표만을 쫓는 정형화된 서식들 사이에서, 때로는 오랜 시간 골몰해 온 제 정직한 사색이 투박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엄격한 규율 아래 정석대로 재고를 채워 넣던 임상 현장의 본질처럼, 기록의 가치 역시 속도가 아닌 내실의 깊이로 증명된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비록 문장의 흐름이 조금은 더디고 묵직할지라도, 제가 직접 몸으로 겪어내며 체득했던 구체적인 사실들과 보건 행정 제도의 이면을 있는 그대로 정갈하게 기록해 나가고자 합니다.


보건소 정기 감사를 앞두고 이중 잠금 카트의 특수 약품 알약들을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세어가며 재고 장부를 맞추었던 제 5년 차 실무의 혹독한 긴장감은 제 정체성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향정신성 의약품 유출 사각지대를 막기 위해 밤을 지새웠던 제 노동의 가치는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이 공간에 오직 정직한 인간의 서사만을 흔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