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모니터 수치 너머 환자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던 응급실의 기억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세상은 새로운 기술로 정신없이 바뀌어 가고, 인간의 속도를 훌쩍 앞지르는 인공지능의 진화는 우리에게 편리함과 동시에 '인간다움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가슴 깊은 곳에 던집니다. 초지능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거대한 전환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직 효율성과 생산성만을 쫓는 기계의 차가운 컴퓨터 연산 탓에 정작 수치로 계산할 수 없는 사람 고유의 가치들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평범한 이웃들이 소외당하는 현실을 마주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서글퍼지곤 합니다.
온통 최첨단 기계와 장비로 가득 찬 병원 안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분투를 벌이던 제 젊은 날들이 불쑥 눈앞을 스쳤습니다. 당시 대학병원 현장에서 매일 빽빽하게 울려 대던 기계 모니터 소리와 의료 장비들의 날 선 신호음 속에서, 오차 없이 약을 확인하고 주삿바늘을 찔러 넣느라 매 순간 온 신경을 뾰족하게 곤두세워야만 했는데요.
환자를 살리기 위해 들여다보는 모니터 수치에 치여 정작 환자의 다정한 눈을 한 번 더 맞춰줄 여유조차 조금도 남아있지 않던 그 삭막했던 초년생 시절, 기계 부품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던 지독한 피로 속에서도 내 본분을 잊지 않으려 어떻게든 버텨냈던 기억들이 떠올랐습니다. 차가운 기술 만능주의 세상 속에서 내 존재의 중심을 꿋꿋하게 지켜내려 했던 그 시절의 고단함이 새삼 가슴을 아리게 파고들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눈부시게 발전해도 생계의 위협을 받는 이웃의 고충이나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일은 기계가 결코 대신할 수 없음을 느낍니다. 결국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시선을 나누는 우리 인간만의 투박한 마음에서 진짜 온기가 나오기 때문이지요. 딱딱한 서류나 차가운 매뉴얼에만 얽매이지 않고, 현장에서 묵묵히 버티는 이들의 진짜 사정을 들여다보는 조용한 눈길이야말로 삭막한 세상에서 서로를 지켜주는 진정한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수술실과 병동을 거쳐왔던 제 지난 일터에서의 기억들이 불쑥 고개를 들었습니다. 당시 수술실에서는 최첨단 기계 보조 수술들이 한창 이루어지곤 했는데요. 겉보기에는 번지르르한 로봇이 알아서 다 하는 것 같아도, 결국 미세한 현미경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며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정밀하게 제어하는 건 사람의 정직한 손끝이었습니다. 다치신 분들이 다시 걷기 위해 연습하는 재활 과정도 다르지 않았죠.
환자가 아무리 첨단 장비에 몸을 의지하고 있어도, 장비는 결코 채워줄 수 없는 마음의 두려움을 가만히 다독이고 발걸음을 미세하게 조정해 주는 건 오롯이 현장 의료진의 땀방울이었습니다. 차가운 전산 시스템은 흉내 낼 수 없는 정성이 보탬이 될 때 비로소 진짜 회복이 시작된다는 걸, 저는 몸으로 부딪혔던 시간 속에서 매 순간 절감하곤 했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고 똑똑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세상의 중심에 들어선다 한들, 생명을 대하는 사람 고유의 책임감이나 옳고 그름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윤리적인 숙제까지 기계가 대신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기계의 차가운 연산 속에서도 우리가 끝까지 놓치지 말아야 할 진짜 바탕은 결국 소외된 사람을 향해 조용히 귀를 기울이는 자세일 텐데요.
우리가 과거에 커다란 참사들을 직접 겪고 나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 역시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사고가 터지기 전에 미리 단단한 안전장치와 기준들을 꼼꼼하게 채워두는 것이 당연합니다. 화려한 기술이 세상을 가득 채울지라도 우리 삶을 안전하게 지탱해 주는 건 기계의 연산이 아니라,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다져진 사람의 정직한 통찰과 현장의 책임감이라는 것을 다시금 절감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지능정보화 기본법 제56조 및 제60조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 가이드라인 데이터에 따르면, 국가와 사회 시스템은 인공지능 등 초지능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알고리즘 결함, 사생활 침해 및 이용자의 안전 저해 유해 환경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투명한 신뢰성 검증망과 안전 기준을 법적으로 구축해야 할 책무를 가집니다. 또한 의료법 제24조의2에 의거하여 보건의료인은 지능형 의료 기계나 전산 차트 수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투약 및 수술 처치 전 환자의 신원 데이터를 정밀하게 대조·확인해야 할 엄격한 법적 주의 의무를 지닙니다.
효율성의 지표나 상술만 앞세워 현장 실무자의 노동권과 감정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관행은 우리 제도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사안입니다. 사람의 정직한 통찰을 보호하는 안전망 수립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수호해야 할 본연의 임무입니다.
그 묵직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과거 치열했던 응급실 현장에서 수많은 최첨단 의료 장비들에 둘러싸여 정신없이 일했던 제 젊은 날의 기억들이 불쑥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매일 기계들이 알아서 환자에게 숨을 불어넣고, 깜빡이는 모니터 화면 위로 심장박동을 정확한 숫자로 보여주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는데요. 화면에 나타나는 수치와 신호들이 아무리 오차 없이 정확할지언정, 삶과 죽음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미세하게 떨고 있는 환자의 두려운 눈빛을 가만히 읽어내고 그 차가운 손을 꼭 잡아주는 건 오롯이 제 손끝의 몫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모니터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환자의 작은 숨결 하나를 직접 살피던 그 시절의 팽팽했던 긴장감, 그것이야말로 차가운 데이터나 컴퓨터 연산으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수많은 밤을 지새운 현장 사람만이 내어줄 수 있는 다정한 온기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는 일도 결국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병원 현장에서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웠던 소중한 가치들과 차가운 기계 소음 속에서도 잃지 않았던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이 공간에 기록해 나가고 싶습니다. 세상은 아무리 빠르고 똑똑하게 변해갈지라도, 결국 환자를 살려내고 평범한 일상을 안전하게 지켜내던 바탕은 기계의 차가운 수치가 아니라 사람을 향한 눈길과 정직한 땀방울이었습니다.
최첨단 장비 속에서 환자의 떨리는 손을 잡아주었던 제 옛 응급실 시절의 묵직한 기억들. 데이터와 수치만 가득한 냉정한 현실에 치여 마음 둘 곳 없는 누군가에게, 이 서툰 기록이 기계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조용한 숨통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효율성만 따지는 삭막한 세상 속에서도 나만의 고유한 호흡과 인간적인 정성을 온전히 지켜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흔들리는 내면을 가장 단단하게 지탱해 줄 진짜 힘이 될 테니까요. 끝까지 마음으로 귀 기울여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