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하게 돌아가는 병원 회전율 속에서 붙잡았던 간호사의 정직한 눈길

수많은 응급 환자가 쉴 새 없이 밀려들던 대학병원 응급실과 정형외과 병동은, 매 순간 사람의 안위가 손끝의 미세한 감각 하나에 좌우되던 엄격한 일터였습니다. 의사들의 분주한 외침과 기계 모니터의 경고음이 뒤섞인 현장 속에서, 환자에게 처방된 알약 한 알의 종류나 주사 수액의 용량을 오차 없이 확인하는 실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책임이었는데요.

한 번의 투약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 눈으로 약품의 이름과 서식을 직접 대조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쉽게 안심하지 않으려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이곤 했습니다.

당시 대형 병원의 실무 구조는 환자를 얼마나 빠르게 회전시키고 퇴원 수속을 밟느냐에 따라 보이지 않는 실적의 셈법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밀려드는 업무량에 치여 정작 환자의 따뜻한 눈빛을 한 번 더 마주할 마음의 여유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던 환경이었지만, 약품 카트 앞에 서서 처방전을 들여다볼 때만큼은 조직이 요구하는 빠른 속도에 떠밀리지 않으려 중심을 지켜냈는데요.

남들이 미련하다고 말하든 알아주지 않든, 제가 관리하는 병실의 침상만큼은 어떠한 부실한 부분도 남기지 않겠다는 다짐 하나로 묵묵히 밤을 지새우곤 했습니다.


효율성 중심의 환경 속에서 지켜내야 할 사람 중심의 가치

우리가 매일 발을 딛고 살아가는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갑고 팍팍하여, 효율성의 논리에 밀려 정직하게 땀 흘리는 이들의 노동 가치가 너무나 쉽게 소외되곤 합니다. 거대한 조직이 제시하는 수치나 눈에 보이는 지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현장에서 온몸으로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실무자들의 신체적 피로와 외로움이 소외된 구석에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는 경우를 참 많이 보았는데요.

세상을 안전하게 지탱하고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진짜 원동력은 거창한 전산 시스템이나 기계의 연산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원칙을 고수하며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사람들의 정직한 판단에서 흘러나오는 법입니다.


환자안전법과 공공기록물법에 명시된 현장 실무자의 책임

대한민국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규정에 따르면, 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록물은 안전하게 보존되고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할 책무를 가집니다. 아울러, 환자의 생명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보건 행정의 지침과 관련하여 환자안전법 제9조(환자안전기준) 조항은 보건의료인이 임상 실무나 투약 처치를 수행하기 전, 전산 차트 서식과 환자의 정보를 정밀하게 교차 대조하여 안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엄격한 주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단기적인 이익이나 상업적인 수치 계산을 위해 약자 보호나 현장 실무자의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하는 관행은 공공 보건 안전망을 저해하는 결함 행위입니다. 타협 없이 정직한 원칙을 고수하는 주체들의 노동 권익을 사전에 철저히 지켜주는 체계 수립이야말로 우리 법과 제도가 수호해야 할 가장 중요한 본질입니다.


편리함의 시대에 변하지 않는 정직한 기록과 인간적 책임감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신입 시절의 어려움을 묵묵히 이겨내고 제 자리를 지켜냈던 그 시절, 제 손끝에 남아 있는 생생한 임상의 기억은 지금도 제 삶을 지탱해 주는 가장 든든한 디딤돌이 되어주곤 합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지능이 도래하여 편리함을 말하는 세상이라지만, 정작 기계가 채워줄 수 없는 마음의 염려를 가만히 다독이고 사람의 온기를 나누는 영역은 오롯이 인간만의 정직한 책임감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일구어가는 이 작은 공간만큼은 남이 세워둔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저만의 정직한 중심을 지켜내고자 합니다. 비록 세련되지 못하고 남들보다 조금 더딘 발걸음일지라도, 매 순간 손끝에 정성 어린 진심을 꾹꾹 눌러 담다 보면 정형화된 계산법을 쓰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는 소중한 분들의 가슴에는 잔잔한 울림으로 전해질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제 옛 시절의 기록과 지극히 개인적인 사색이 담긴 이 기나긴 이야기를, 마치 내 일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끝까지 귀 기울여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