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구석 말라뮤트, 새끼를 잃은 어미 개와 어머니의 눈물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을 지키다 가슴 아픈 비극으로 남았던 엄마 말라뮤트와, 그 투박함 속에 깊은 사랑을 감추고 계셨던 제 어머니의 오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란합니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 살던 커다란 말라뮤트를 어떻게든 방 안으로 데려다 놓으려 하셨던 아버지는, 매번 어머니 몰래 욕실에서 목욕을 시키고 드라이기로 털을 곱게 빗겨 당신 곁에 꼭 끼고 잠이 드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으셨던 어머니는 기어코 강아지를 다시 마당 밖으로 내놓으시며 부모님 간의 조용한 실랑이가 매일같이 이어지곤 했는데요. "왜 자꾸 밖에 두느냐"는 어린 제 질문에 어머니는 항상 "개는 마당에서 살아야지, 왜 사람 사는 방에 들여서 키우느냐"라며 짐짓 무뚝뚝하게 대답하시곤 했습니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세련된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 잡기 전이라, 마당 한구석 쇠사슬에 묶인 반려견을 키우는 것이 지극히 평범한 이웃들의 풍경이었습니다. 아침 출근길마다 아버지 역시 결국 어머니의 단호한 뜻을 존중하여, 말라뮤트를 마당 넓은 집 한편에서 정성껏 키우기로 타협하셨던 날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무뚝뚝해 보였던 우리 집안 분위기 역시 말라뮤트의 덜컥 찾아온 임신과 생명의 잉태 앞에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녀석이 순조롭게 새끼를 낳을 수 있도록 마당에 가장 포근하고 쾌적한 출산 환경을 직접 만들어주셨고, 개는 마당에서나 커야 한다던 어머니 역시 말라뮤트가 순산을 잘해야 한다며 매일 녀석을 이끌고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운동을 시키기 시작하셨습니다.
시장에서 좋은 사료와 간식을 사다가 알뜰살뜰 먹이시는 등 어느덧 녀석을 돌보는 일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몫이 되어 있었는데요. 마침내 어느 깊은 밤에 말라뮤트가 6마리의 새끼를 세상에 낳았을 때, 어머니는 사람이 자꾸 서성거리면 어미 개가 불안해해서 새끼를 숨기려 한다며 절대 가까이서 보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슬픔은 갑작스럽게 찾아왔습니다. 하필 아버지가 먼 장례식장에 다녀오신 날 밤에 새끼들이 보고 싶어 마당을 찾으셨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바로 그다음 날 아침 마당에 나갔을 때 6마리의 새끼 강아지들은 단 한 마리도 숨을 쉬지 않고 차갑게 굳어 있었습니다.
그 참담한 모습을 목격하신 어머니는 마당 한복판에 주저앉아 펑펑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개는 개처럼 키워야 한다던 그 무뚝뚝한 말씀 뒤에 녀석들을 향한 정과 사랑이 얼마나 깊게 들어차 있었는지를 그 눈물을 보며 비로소 깨닥게 되었는데요.
아버지는 당신이 상갓집에 다녀와서 새끼들을 만지는 바람에 비극이 생겼다는 죄책감에 말라뮤트와 어머니 눈치만 보며 좌불안석이셨고, 반려견 장례식장 같은 시설이 없던 시절이라 우리는 슬픔을 삼키며 깊은 산속 나무 아래에 새끼들을 묻어주어야 했습니다.
새끼들을 잃고 멍하니 마당 구석에 누워 밥도 먹지 않던 어미 말라뮤트의 머리를 매일 쓰다듬으며 눈시울이 붉어진 채 연신 "미안하다"고 되풀이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 개의 찢어지는 마음을 같은 어머니의 심정으로 누구보다 깊이 아파하셨던 공감의 모습이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봐도 참 슬픈 환경이었지만 상심에 잠긴 어머니의 마음을 어떻게든 위로해 드리고 싶었던 아버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늠름한 허스키 한 마리를 집으로 새로 데려오셨고, 이번에도 허스키를 밥 먹이고 씻기는 일은 고스란히 어머니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녀석의 쾌활한 재롱 덕분에 어머니의 표정은 이내 예전처럼 밝게 돌아오셨는데요. 개는 마당에서 살아야 한다며 늘 차가운 가면을 쓰셨던 어머니의 속내는, 실상 그 어떤 이들보다 강인하게 생명을 사랑하고 계셨던 진정성 가득한 마음이었음을 이제는 명확하게 이해합니다.
대한민국 동물보호법 제9조(소유자등의 사육·관리 의무) 규정에 따르면, 반려 목적의 동물을 사육·관리하는 소유자는 동물의 종류와 성장 주기에 적합한 사료 급여, 운동, 위생적인 사육 환경을 의무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고의적인 방치로 인해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엄격한 주의 의무를 지닙니다. 한편, 동물의 사체 처리와 관련하여 폐기물관리법 제13조 규정에 의거하여 과거 반려견 장례식장 인프라가 미비하던 시절 산림 내부에 사체를 매립하던 관행은 현대 사법 제도하에서는 금지 사안이며, 지정된 종량제 전용 봉투 또는 정식 동물장묘업 허가 시설을 거쳐 처리되어야 할 책무 영역에 속합니다.
효율성의 지표나 상업적 수치만 앞세워 현장 실무자나 약자들의 생명 경외 의무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관행은 우리 사회가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할 사안입니다. 이들의 정직한 돌봄 가치를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법과 사회 제도가 책임져야 할 본연의 임무입니다.
때로는 예기치 못한 슬픔과 이별 속에서도 나만의 단단한 추억과 안전지대를 꿋꿋하게 재건해 나가는 일은 참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서도 내 영혼이 언제든 돌아와 안전하게 숨을 고를 수 있는 내면의 자존감을 단단하게 구축해 나가길 바라며, 이 공간에 어떠한 인위적인 형식도 배제한 채 오직 진짜 제 삶의 진심만을 정직한 흔적으로 남겨두겠습니다.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