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공기를 가르는 손수레의 무게, 척박한 노년의 자화상 뒤에 숨겨진 서사

평생 자식들 키우느라 젊은 시절 내내 고생만 하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가라앉곤 합니다. 워낙 무리하며 사셨던 탓인지, 아버지는 결국 건강이 크게 무너지는 엄혹한 시련을 맞이하셨습니다. 거동이 서서히 불편해지는 신경계 질환을 앓게 되신 데다, 몇 년 전에는 심각한 종양 제거를 위해 무려 8시간이나 대수술을 받으셔야 했습니다. 대수술 이후에는 후유증으로 심한 의식 혼선 증세까지 찾아왔고, 그 바람에 어머니가 감당하셔야 했던 고생은 정말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두 분 다 몸이 너무 노쇠해지셨는데도, 어머니는 아버지를 어떻게든 겨우 재워두고 새벽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재활용품을 주워 오십니다. 아침에 아버지를 간신히 복지센터에 보내고 나서야, 그제야 손수레를 끌고 본격적으로 가계에 보탬이 될 만한 정리 작업을 하러 나가시는 겁니다. 자식으로서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턱 막히고 속상해서 눈물부터 쏟아지곤 합니다.


"이제 연세도 있으신데 그만 다니라"고 아무리 말려도, 어머니는 그저 "반찬값이라도 벌어야지 어쩌겠냐"며 손사래를 치십니다. 그렇게 땀 흘려 번 돈을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노인복지센터 이용료에 보태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시더라고요. 한번은 어머니 부탁으로 연금을 찾으러 은행에 다녀왔는데, 명세서에 찍힌 액수를 보고 정말 가슴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이걸로 어떻게 생활을 하셨을까 싶은 금액, 고작 한 달에 3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겨우 버티고 계셨던 것입니다.

그 순간 울컥 눈물이 나서 허리까지 구부정하게 굽어버린 어머니 얼굴을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목이 메어와서 가슴이 너무 먹먹했습니다. 요즘 길을 걷다 보면 적은 연금으로는 숨만 쉬기도 힘들어서, 단돈 몇백 원이라도 벌어보겠다고 하루 종일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이 정말 많습니다. 허리가 다 굽으셔서 부서져 가는 리어카에 몸을 기댄 채, 위태위태하게 골목길을 지나다니시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하는데요.


그렇게 하루 온종일 땀 흘려 수거품을 모아 고물상에 넘겨줘 봤자 손에 쥐는 돈은 고작 1,300원에서 1,500원 남짓이라고 합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 가봤자 주사 한 대 맞을 값도 안 나오는 이 현실의 괴리를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에 돌덩이를 얹은 것처럼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이 힘든 세상에서 단돈 몇백 원이라도 벌어보겠다고 새벽같이 길을 나서는 어르신들을 보면, 그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언젠가 다가올 내 미래 같아서 가슴이 쿵 내려앉곤 합니다.

실제로 저희 동네에는 평생 강단에서 존경받으며 일하셨던 대학교수님이 한 분 살고 계십니다. 정년퇴직을 하신 뒤 찾아온 무료함과 무력감을 견디기 힘드셨던 탓인지, 어느 날 그 교수님이 저희 어머니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러고는 멋쩍은 표정으로 정리 작업할 때 쓰시는 손수레를 좀 빌릴 수 있겠냐고 조심스레 물어보시더라고요. 어머니께서는 교수님께 왜 필요한지 물어보시지도 않으시고 "쓰세요" 하시면 바퀴에 쇠사슬로 잠가 두었던 것을 열쇠로 열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평생 읽으시던 서재 속 수천 권의 책들을 정리해 고물상에 넘기려고 수레를 빌려 가신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땀 흘려 번 돈에 보람을 느끼셨던 모양입니다. 그 일을 시작으로, 교수님은 아예 여느 어르신들처럼 매일 새벽같이 거리로 나와 본격적으로 수거 작업을 시작하셨습니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까지 트럭을 몰고 수거 경쟁에 뛰어드는 척박한 사각지대 속에서,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그 익숙하고도 낯선 교수님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말로 다 못 할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차가운 주차장 차 안에서 그 고단한 서사들을 가만히 곱씹어 보는데, 가슴속에 얹힌 돌덩이 같은 먹먹함이 쉽게 가시지 않는 밤이었습니다.


대한민국 법률로 시행 중인 기초연금법 제1조를 보면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여 안정적인 소득기반을 제공함으로써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복지법 제4조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의 보건 및 복지증진에 대한 엄격한 책임이 있으며, 심신 상황에 맞는 시책을 강구해야 할 포괄적 의무가 있다고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겠지요. 제도는 이렇듯 노년의 삶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하지만, 소외된 채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 우리 주변 이웃들이 마주하는 현실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기만 합니다.


말로만 지원을 외치는 차가운 제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루를 간신히 버텨내는 이들을 진짜 따뜻하게 보듬어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낡은 수레에 몸을 기댄 채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시던 동네 교수님과 어르신들, 그리고 제 어머니의 뒷모습은 세월이 흘러도 제 가슴 한구석에 쉽게 잊히지 않는 깊은 아픔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현실의 매서운 바람 속에서 저를 버티게 하고 끝내 일어서게 만든 것은 대단한 요령이나 계산이 아니라, 도리어 내 곁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던 소박한 체온과 정직한 책임감이었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가슴 한구석에 쉽게 잊히지 않을 동네 어르신들과 내 어머니의 고단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외된 이웃들의 가녀린 서사를 이곳에 소박하게 심어둡니다. 각박한 일상에 치여 홀로 눈물을 삼키고 계실 누군가가 있다면, 제 사소한 고백들이 가만히 숨을 고를 수 있는 작은 쉼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방구석에서 삶의 자취를 따뜻하고 정직한 시선으로 사색하는 황글라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