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 아래 멈춰 선 발걸음, 세상의 무관심 속에 가려진 어느 이웃의 흔적을 쫓다
얼마 전 동네에서 한 사람의 소중한 생명이 허망하게 잊히고 만 참으로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동네 시장에서도 워낙 유명하셨고 방송에도 몇 번 나오신 분이었습니다. 언제나 밝은 모습으로 이웃들을 마주하셨던 분이라, 예전에 저희 어머니 댁에도 한 번 다녀가신 적이 있고 저 역시 은행이나 길가에서 우연히 자주 뵌 적이 있는 아주머니였습니다.
작은 키에 가녀린 체형, 그리고 늘 머리를 양 갈래로 정성껏 땋아 아기자기한 머리핀을 잔뜩 꽂고 다니셨으며, 한 번 땋은 머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감으신다던 특유의 다정하고 선한 인상이 지금도 눈앞에 선연하게 남아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늘 어머니만을 애타게 찾으셨다는데, 끝내는 그토록 그리워하던 어머니의 품에 안겨보지 못한 채 차가운 계단 아래로 떨어져 홀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셨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가슴이 먹먹해져 한동안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평온해 보이는 우리 일상의 이면에는 이처럼 소외된 약자들의 보이지 않는 눈물과 갑작스러운 비극이 늘 소리 없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안타까운 사고가 알려진 이후, 동네 이웃들 사이에서는 아주머니의 허망한 추락을 두고 여러 무성한 소문과 의혹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억울한 사정이나 말 못 할 사연이 차디찬 계단 그늘 속에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깊은 의구심이 가슴 한구석을 짓누릅니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주변의 단편적인 전언만을 전해 들었을 뿐이라, 선뜻 정의로운 척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거나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확실한 사실관계를 명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괜한 오해를 사거나, 되레 무고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진퇴양난의 딜레마 속에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가만히 숨을 고르며, 그저 정직한 글로서나마 이 외로운 자취를 이곳에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우리가 흔히 거대하고 화려한 사회적 이슈에는 큰 관심을 두면서도, 정작 바로 곁에서 들려오는 가녀린 이웃의 서글픈 목소리에는 쉽게 귀를 닫아버리곤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진실의 파편을 알고 있는 목격자가 있다면, 무연고자인 아주머니의 마지막 호소가 허공으로 허망하게 사라지지 않도록 부디 작은 용기를 내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눈앞에 보이는 정황을 맹신하지 않고 연대하는 이들이 존재할 때 비로소 묻혀 있던 외로운 죽음의 실체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되며, 안일한 시선이 놓친 소중한 실마리를 다시 채울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리 법률 제도는 연고가 없거나 사회적 보호망 밖에 놓인 이들의 마지막 존엄을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관할 구역 내에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하여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정중히 장례의식을 행한 후 봉안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법 제222조는 변사의 의심이 있는 사체가 있는 경우 관할 검사가 검시하도록 하여, 범죄 기인 여부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철저한 현장 조사와 수사 절차가 정당하게 진행되도록 법적 사실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지요.
비록 지금은 조심스러운 관찰자의 입장에서 텅 빈 화면 위에 고요히 글을 적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작고 사소한 관심이 있다면 가슴 답답한 의혹의 매듭을 풀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정직한 기록이 작은 불씨가 되어 우리 동네의 소외된 이웃이 남긴 마지막 흔적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얄팍한 처세술과 계산기만 두드리는 자들이 득세하는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거짓과 편법에 타협하지 않고 나만의 단단한 안전지대를 꿋꿋하게 재건해 나가고 계신 모든 분의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방구석에서 삶과 사회를 따뜻한 시선으로 사색하는 황글라라였습니다.